5060세대 서울 아파트 ‘소장각’ 다 팔아도 집은 절대 안 팔아.
5060세대 서울 아파트 ‘소장각’ 다 팔아도 집은 절대 안 팔아. “건강수명 100세라는데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많겠죠. 몇 년을 더 살지 모르니 서울 아파트를 팔 수가 없어요.” 서울 양천 목동 아파트를 보유한 57세 김 모씨는 지난해 은퇴 이후 아파트 매도를 고민해 왔습니다. 고정 수입이 없어지니 각종 세금, 건강보험료, 경조사비 지출이 슬슬 부담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올해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꿔 계속 보유하기로 했어요. 김 씨는 “노후 준비는 서울 아파트 한 채뿐인데 현금이 없으니 집을 팔까 싶었어요. 그런데 요즘 주변에서 매도를 말리고 있어요”라며 “서울 집은 전세 놓고 외곽으로 이사가 생활비를 줄일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1. 5060세대의 주택 매도 경향
서울 부동산 매도자 중 가장 비중이 컸던 5060세대의 매도가 줄어들고 있어요. 통상 본격 은퇴에 접어드는 5060세대는 현금 확보를 위해 현재 집을 팔고 가격이 낮은 주택으로 이사하는 ‘다운사이징’ 패턴을 보입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서울 부동산을 보유한 5060세대가 ‘매도’보다 ‘보유’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진 거죠.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퇴 시기에 도달한 5060세대의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시니어들에게도 서울 부동산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 아파트는 가뜩이나 정비사업 지연으로 공급이 위축된 데다가 기존 노령층 매도 물량도 줄어 매물 감소 효과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2.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통계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서울 부동산 매도자 중 5060세대의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70대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서울 부동산 매도자 중 5060세대 비중은 2020년 45.5%, 2021년 47.8%, 2022년 50.2%로 증가하다가 2023년 44.7%, 2024년 44.9%로 다시 줄어들었죠. 특히 60대의 매도 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서울 부동산 매도 거래에서 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3%에서 올해 20.1%로 낮아졌어요. 서울 부동산 매도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50대는 2020~2022년 26%대를 유지하다 올해 24.7%로 소폭 줄었습니다. 반면 70대 이상 매도자는 2020년 10%, 2021년 11%, 2022년 14%, 2024년 15%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서울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매매) 매도인 현황에서 집합건물은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상가 등 호실별로 별개 구분소유권이 있는 부동산을 뜻합니다.
3. 매수 비중의 변화
같은 기간 동안 50~70대의 서울 부동산 매수 비중은 큰 변화가 없었어요. 60대는 11.9%에서 11.2%로, 70대는 5%에서 4%로 매수 비중이 줄어든 반면, 50대는 2년 전 22.5%에서 올해 23.3%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직장에서 퇴직이 본격화되는 50대부터는 근로소득이 줄고 소득 구성 변화가 생기는 변곡점입니다. 과거에는 은퇴자들이 집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그런 경향이 줄고 있는 것 같아요.
4. 계속되는 경제 활동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인 박원갑 씨는 “직장은 퇴직해도 5060세대는 계속 일을 찾습니다. 실질적 은퇴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 서울에 머물러야 해요”라며 “70대는 돼야 자산을 정리하는 ‘실질적 은퇴’를 할 수 있어 매도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또한 지난해 주택연금 가입 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 이하로 완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연금 가입 기준 상향으로 서울 아파트 보유자들도 집을 안 팔고 노후 생활자금을 충당할 수 있게 되었어요.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시가 12억원 이하면 시세 17억~18억원 아파트도 가입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택연금으로 현금 흐름을 만들어 급하게 팔 필요가 없어졌어요”라고 했습니다.
5. 다운사이징의 대안
5060세대는 서울 집을 팔지 않는 대신 주거비가 저렴한 외곽으로 이사하는 ‘다운사이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박원갑 위원은 “요즘 5060세대는 과거의 5060세대와 달리 도시를 선호하기 때문에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아요”라고 말했습니다. 통계청이 집계한 서울 전출자들의 전입 지역을 살펴보면, 지난 2년간 서울을 떠난 50~60대 4만6035명 중 76.4%가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으로 이사한다고 합니다. 은퇴자들 사이에서는 경기도 신도시에 대한 선호가 높다는 게 분양업계의 설명입니다. 김포, 양주, 검단 등이 대표적입니다. 용인의 한 신축 아파트 분양 현장 관계자는 “서울에서 온 50~60대 문의가 많아요. 집값은 저렴한데 신축이라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6. 교통 및 의료 인프라의 중요성
교통과 병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서울 진입이 수월한 지역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교직을 은퇴한 김 모씨는 올해 초 서울 아파트는 월세를 놓고 경기 동탄 신도시로 이사했습니다. 김 씨는 “고향으로 갈까 했지만 시골에서 살 자신이 없었어요. 집값은 서울보다 저렴하고 인프라도 좋고, 지방으로 다니기 편한 곳을 찾다 보니 경기 남부 신도시를 택하게 됐어요”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이동 패턴은 경기도 신도시가 은퇴자들 사이에서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5060세대가 서울 아파트를 매도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안정된 자산이 필요하고, 경제 활동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택연금 등의 금융 상품이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활비 절감을 위해 외곽으로 이사하는 다운사이징도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